"생산량 216배 많다"…흙없이 농사 짓는 佛농장의 혁신 비결은 [유럽농장 르포]

입력 2023-02-24 11:32   수정 2023-02-24 16:02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북서쪽으로 11km 떨어진 외곽도시 사르트루빌르. 한국 아파트 단지와 유사한 모습인 이곳 공동주택의 지하엔 햇빛 한 줄기, 흙 한 줌 없이 농사를 짓는 기업 '샹프레셰(Champerche)'의 도심농장이 있다. 프랑스 최초로 유기농 기법이 도입된 도심농장이자 농업 강국 프랑스에서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농장이다.
농업용수 사용량 97% 절감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입구로 들어가니 직원 3명이 양상추, 바질, 파슬리 등 각종 채소를 분주히 포장하고 있었다. 모두 이곳 시멘트로 이뤄진 공장 같은 농장에서 흙도, 햇빛도, 계절 구분도 없이 길러 수확한 작물들이다.


게놀라 당잔 샹프레셰 공동설립자는 "이곳 지하 도심농장의 면적은 700㎡로, 지난해 1년간 30여 종의 작물을 총 20t 생산했다"며 "동일한 농작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야외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단위 면적당 평균 생산량이 216배 많다"고 말했다.


비결이 뭘까. 당잔 설립자는 샹프레셰 도심농장의 '심장'이라며 사람 키만한 높이의 물탱크가 16개 놓인 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각각의 물탱크엔 작물별로 필요로 하는 유기화합물과 물의 비율을 달리 배합한 이곳만의 농업용수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 농업용수는 천장과 벽에 고정된 검은색 튜브를 타고 30개 농작물이 자라는 10개의 방으로 저마다 연결돼 주기적으로 농작물에 자동 분사된다.

클레멩 델옴므 샹프레셰 엔지니어는 "샹프레셰가 2017년 설립된 이후 5년 동안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작물마다 최고의 품질로 가장 빠르게 자라는 데 필요로 하는 비료와 물의 양을 파악해냈다"며 "작물마다 딱 필요한 만큼의 물과 비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야외 농업 대비 농업용수 사용량을 97% 줄였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트렌드 타고 도심농장 급성장
최근 프랑스에선 이 같은 도심농장이 '친환경' 기조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업용수 사용량의 획기적 절감은 물론, 재배된 농작물이 수요처인 도심으로 이송될 때 트럭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지방 농지에서 배송될 때와 비교해 짧기 때문이다.

델옴므 엔지니어는 "프랑스의 야외 재배 농산물은 최종 수요처로 도달하는 데까지 평균 700km 이동하지만, 샹프레셰 도심농장 작물들의 이동거리는 평균 7km에 불과하다"며 "소비자 사이에 도심농장 제품이 친환경적이란 인식이 확실하게 심어진 덕분에 2020년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출도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방문한 '큐레트 어바인(Cueillette Urbaine)'의 도심농장은 파리 동쪽 외곽의 한 건물 옥상에 있었다. 800㎡ 규모의 이 도심농장은 50개의 작물을 연간 2t 생산하는 곳으로, 옥상에서 재배한 작물은 건물 1층에 자리잡은 요리학교와 인근 식당으로 판매된다. 큐레트 어바인은 프랑스 전역에 6곳의 옥상에 도심농장을 운영하며 2021년 52만유로(약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상 5도 안팎의 추운 날씨에도 옥상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는 머스타드 잎은 흙이 아닌 인공 점토구슬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인공점토는 영구적 재사용이 가능하다. 파울 루셀린 큐레트 어바인 대표는 "여름엔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일종의 '아틀리에'로 옥상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틀리에 수입이 농작물 판매액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파리=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제작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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